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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여행맛집

by 수호자007 2012. 12. 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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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09.1. 부산일보)

숯이 이글거린다. 잉걸불이다. 숯은 새해 아침 해돋이의 해처럼 시뻘겋다. 저 시뻘건 색은 불타는 순혈의 색이다.

눈마저 뜨겁다. 빨간 숯불의 석쇠 위에 또다시 빨간 쇠고기 살점이 놓이고, 살점은 이내 날것에서 익힌 것으로 바뀌어 간다.

통상 '래어(rare)'라고 표현하는, 그러니까 익힌 것도 날것도 아닌 중간 지점에서 쇠고기 살점은 육즙을 가장 풍부하게 품는다. 단백질 덩어리는 육즙과 함께 몸속으로 짜릿하게 스며든다. 기축년 새해가 환하게 밝았다. 올해는 소띠 해. 과연

쇠고기 맛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갈비살 등심 그리고 특수부위
영남식육식당(남천점/해운대점)의 고기 도마에 올라온 쇠고기 부위들은 이름마저 화려했다. 이 식당은 부산의 맛집

블로거들이 "고기가 맛있다"며 가장 빈번하게 올리는 집이다.

쇠고기의 부위는

갈비살 등심뿐 아니라

특수부위인 제비초리 낙엽살 치마살 안거미 안창 차돌박이였다.

안주인 김수정(38)씨는

"개인적으로 고소함이 일품인 등심과 치마살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기를 15년간 다뤘다는

이 집의 우경석(40) 실장은

 "소 한 마리에서 2㎏가량 나오는 차돌박이를 가장 좋아한다.

씹는 맛이 딱딱해도 한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우러난다"고 했다.

쇠고기 부위 중에서는 등심과 갈비살이 가장 대중적이다. 이른바 '마블링'으로 일컬어지는 때깔 좋은 근내지방이

입속에서 고기를 녹아버리게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 고소하다, 아아 고소하다"를 연발하는 것이다. 이날 나온 갈비살은

안주인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살치살에 가까운 갈비살로 옅은 살색에 마블링이 화려했다. 석쇠 위에서 반쯤 익혀진

갈비살은 육즙 그 자체였다. 입속에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증발해버렸다. 이날 먹은 것 중에서 최고였다.

이렇게 먹는 입에 따라 좋아하는 부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뭇 혀를 제가끔 현혹할 수 있는 쇠고기의 지극함이었다. 안거미 안창 치마살 제비초리 낙엽살이 이름 다른 것처럼 맛에서도 달랐다.
이 집의 이승무(42) 사장은 이날 식당에 없었다. 쇠고기를 구하느라 산지에 가고 없었다. 그의 일은 좋은 쇠고기를 구하러

산지를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쇠고기에 대한 갈망, 거기서 그 집 고기 맛이 결정되는 것이다.

·육질 등급 "투뿔이 뭐야?"
이승무 사장은 "쇠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주 다양하다"고 했다. 쇠고기 육질 등급에는 5개 등급(등외 D등급은 제외)이 있다. 1++, 1+, 1, 2, 3등급이 그것. 가만히 보면 1등급이라도

속칭 '투뿔'이라는 '1++등급',

또 '원뿔'이라는 '1+등급',

그리고 '1등급', 세 가지로 다양하다. 그러니 그것을 잘 살펴야 한다. 이 사장은 "우리집에서는 1++, 1+ 등급의 쇠고기만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가끔 1++등급보다 1+등급이 맛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해나 언양 등지의

축산물공판장에서 그 맛을 알아주는 T한우가 경매에 뜰 때가 있다. 이 T한우의 1+등급은 다른 1++등급의 쇠고기보다

더 맛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같은 1++등급이라도 사료 작업을 한 한우보다 집에서 그냥 키운 한우의 육질이 훨씬 맛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우경석 실장은

"새끼를 서너 번 낳은 6~8년짜리 암소 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시중에서 말하는 30개월, 3년짜리 같은 소의 고기는 연하다. 그러나 맛에서는 싱겁다고 한다.

농가에서 여물을 먹여 키우고 송아지도 낳은 암소라야 '육질이 익었다'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보다는 자연스럽게 누적된 세월의 맛이 쇠고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까지 알기는 어려운 법.

'투뿔'인지 '원뿔'인지 확인하면 되겠다.

· 숙성과정과 숯의 맛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쇠고기는 일주일 가량의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김수정 사장은 "처음에는 단단하기만 하고 꽃발이 보이지 않다가 숙성을 하면 꽃발이 화려하고 예쁘게 올라온다"라고 했다.

꽃발은 마블링이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꽃발은 이른바 맛이 올라오는 것의 비유다. 숙성을 통해 육질이 더 부드러워지고

더 맛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얘기까지 있다. "쇠고기는 부패 직전이 가장 맛있다." 그만큼 숙성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어떤 불에 고기를 굽느냐 하는 점이다.

고기 맛 50%, 숯의 향이 50%라고도 한다. 숯의 향이 쇠고기 구이의 맛을 좌우한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의 쇠고기 장에서 등장인물들이

최고의 숯을 구하기 위해 강원도 숯굴까지 찾아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 호주산 쇠고기는 한우에 견줄 때 맛이 밋밋하다. 그래서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에서 호주산의 밋밋한 맛을 보완하기 위해 좋은 숯을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 시중에서 이 숯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일쑤이며 무시되기 일쑤다. 일반적으로 나무숯이 고기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으며, 숯의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합성탄은 고기 맛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더불어 마무리가 깔끔해야 한다. 영남식육식당의 특색있는 된장라면 누룽지가 먹는 일의 마침표를 근사하게 찍었다.

"한때 된장찌개의 맛을 내기가 어려워 메뉴에서 없애버릴까 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다행히 좋은 맛을 찾아냈다.

하나의 맛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안주인은 말했다. 맛의 길은 지난하다.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부산 맛집 블로거가 뽑은 '쇠고기 맛집'
'주당' '걸신' '무비' 등의 부산의 맛집 블로그에서 부산의 쇠고기 맛집을 추린 뒤 사계의 자문을 통해 다시 한 번 걸렀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곳들이다.

△영남식육식당=쇠고기 특수부위 갈비살 등심 등이 입에 녹는다고들 한다. 1만9천~2만6천원.

   남천동해변시장 맞은편 남천본점 051-624-2228, 해운대 좌동재래시장 인근 해운대점 051-702-0110.
△남촌=등심 전문점. 400g 5만원. 육질이 좋다. 무채 고추장 등 반찬이 단출하고 특색있다.

   국수(3천원)가 식사로서 유일하며 그 육수는 진하다. 참숯의 향. 당감동 백양터널 앞. 051-891-7277.
△양산소금구이=일명 '양산박' 집. 안거미 2만원, 안창살 갈비살 꽃등심 각 1만8천원. 대연동 대연우체국 인근. 051-627-5470. △언양불고기=불고기 2만원, 소금구이 2만5천원, 숯불에 올려먹는 김치찌개 별미. 남천동 삼익비치에서

   협진태양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 인근. 051-752-9922.
△물레방아 즉석구이=안거미 2만2천원, 소금구이 1만5천원 두 가지 메뉴. 별미 된장라면.

   중앙동 타워호텔 근처. 051-245-1195.
△느티나무 생한우숯불구이=하단에 있는 일명 느티나무집. 입구에 느티나무가 있다. 특구이 100g 2만3천원,

   생갈비 150g 갈비살 110g 생등심 120g 각 1만8천원. 선지국 4천원. 051-291-7831.
△참나무숯불구이=참숯. 각 120g, 꽃살 2만8천원, 안창살 2만5천원, 갈비살 2만원, 양념갈비 2만1천원,

  소금구이 1만5천원. 부산대 앞. 051-517-4300.
△안락숯불고기=식육식당처럼 정육점을 겸하고 있다. 등심 안심 제비추리 각 130g 1만7천원, 안거미 100g 2만2천원.

   안락동 한전 뒤편 골목에 있다. 051-529-0123.
△동양가든=한우꽃등심, 꽃갈비살 130g 각 2만2천원. 돼지고기 바비큐 보쌈도 있다. 밑반찬이 두껍다.

   반송에서 고개 넘어 기장 들어가는 입구 근처. 051-722-8673.

안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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