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오신 시어머님을 위한 상차림(11.10.스크랩)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다 치매가 찾아와 요양원 생활을 하신 지 2년이 넘었습니다. 형제들이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는데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프로그램을 다양하고 하루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 홈페이지
관리도 잘해 주고 있습니다.기억이 자꾸 뒷걸음질 칠때도 있지만,
"나 좀 집에 데리고 가다오." 남의 일이 아닙니다. 늙어가면 나는 아닌되하시는 분도 있지요
고향을 향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주말마다 요양원 가까이 사는 막내 동서가 찾아가고 있기에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형님! 어머님이 자꾸 집에 가 보자고 해서 어머님 모시고 다음 주 갈게요."
"멀미를 심하게 하는데 괜찮겠어?"
"약 먹이고 가면 됩니다."
"그래라. 그럼."
일주일 내내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다 주말이 되자 오랜만에 오시는 어머님을 기다리며
토닥토닥 맑은소리를 내 보았습니다.
시어머님은 치아가 좋지 않습니다. 물기가 있도록 자작하게 하고, 나물도 푹 삶아 먹기 좋도록 하였습니다.
시어머님은 막내아들 등에 업혀 동서네 가족과 함께 들어섭니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오냐. 잘 지냈나? 뭐하러 오라고 그래샀냐?"
혼자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계시지만 제법 얼굴이 좋아 보였습니다.
"아이쿠! 사골을 사서 고왔나?"
"네. 어머님 오신다고 끓였어요."
"맛있네."
이것저것 젓가락을 옮겨가며 제법 밥을 많이 드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막내 동서네 가족은 친정에 가고 어머님과 둘만 남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남편이 들어섭니다.
"엄마! 석이 왔다!"
반갑게 상봉하는 모습만 봐도 흐뭇해졌습니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엄마와의 반가운 상봉을 마친 후
"이거 농약 하나 안 쳤다고 먹어 보라고 해서 가져왔어."
상추, 치커리, 쌈 배추가 하나 가득이었습니다.
"여보! 나 저녁 안 먹었어."
"늦은 시간에 들어오면서 밥도 못 얻어먹고 다녀요?"
"누가 밥을 주것노? 얼른 차려 줘라."
"네."
가지고 온 쌈 채소와 함께 밥상을 차려 주었습니다.
고기가 없어도 쌈을 싸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머님도 한 입 드릴까요?"
"아니야. 씹히지 않아서 못 먹어."
"어머님 앞에서 너무 맛있게 먹으면 안 되는데."
"아니야. 난 젊을 때 많이 먹었잖아. 너희들 먹는 것 보는 것도 좋다."
아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가끔가다가 '메주를 끓어야 할 텐데.', '대추 좀 사다가 말려 두어야 할 텐데.'
옛날에 당신이 해 오시던 일을 기억하시며 중얼거리십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나자 막내아들을 기다립니다.
"왜요 어머님?"
"집에 가야제. 차가 많이 밀리는데."
"점심 드시고 가야죠."
조금 있으니 친정 갔던 막내 동서네 가족이 들어섭니다.
"형님! 엄마가 딸기랑 고구마 식혜 주셔서 가져왔어요."
"어머님 드시라고 보내셨나 보다."
"이렇게 귀한 걸 고맙네."
오물오물 맛있게 드시는 어머님, 평소 인정 많으신 사돈 어른과 잘 지내셨습니다.
"동서 점심 먹고 가!"
"형님 힘들잖아요."
"아니야. 벌써 다 준비해 두었어. 밑반찬에 한 가지만 더 하면 되는걸 뭐"
"네 그럴게요."
얼른 만들어 놓은 밑반찬에 수육만 하나 더 올려 상차림을 하였습니다
"누나하고 형은 어디 갔어요?
"응 학교에 갔어."
"일요일인데 학교 가요?"
"고등학생이잖아."
우리 아이 둘은 도시락 싸서 학교에 가고 없었습니다.
상차림을 본 6학년인 조카가 하는 말
"우와, 숙모! 한식집에 온 것 같아요."
"우리 매일 이렇게 먹는 것 아니야. 00이 왔다고 차린 거야!"
"네. 잘 먹겠습니다."
언제나 주말이면 어머님을 찾아뵙고 있는 동서네 가족에게 밥 한 끼라도 차려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모두가 맛있게 먹어주니 제가 더 고마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였지만 늘 이별은 아쉬움만 남기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잘 가세요."
"오냐. 잘 있거라."
어머님!
지금처럼만 지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나 좀 집에 데리고 가다오." 남의 일이 아닙니다.
권력과 직책은 오래 못가고, 세월은 흘러가고, 돈은 있어면 생활하는데 편리하지만
늙고 병들고 아프면 주위에 사람이 없구나
효도하고 건강해야지 마음되로 안되는구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올엄마 형제 자녀들....이브껌도 세월의속으로 70.80년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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