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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자원장님 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생활상식

by 수호자007 2012. 8. 3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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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상담실로 들어오자마자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요즘같은 세상에 묻지도 않고 담배부터 꺼내드는 무뢰한이 어디 있을까? 임성자 원장도 기가 막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나이답지 않게 굵은 주름이 패이고 주름마다 시름과 증오와

두려움이 가득 들어차 보였다.

‘쯧..이 냥반도 고생께나 했구만..’

임성자 원장은 옷차림이나 얼글 등 겉으로 드러나는 면으로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누가 보아도

결코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담배 연기가 매웠지만 임성자 원장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런 침묵이 무안햇던지 사내는 눈을 두리번거리며 재떨이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상담실 책상 위에는 메모지와 세트로 꾸며진 장식용 재떨이가 있었기에 임 원장은 넌지시 그 재떨이를 가리켰다. 그 사내는 거기에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끄고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중명사진을 한 장 꺼냈다.

영심원을 찾아 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사진을 내밀면서 자신의 사연을 잘 말하지 않는다. 아마 유능한 영매라면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선지 아니면 임 원장을 테스트해 보려는 심뽀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먼저 스스로의

사연을 털어놓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사진을 내놓으면서 식식거리는 숨소리를 섞어가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어째 하는 일마나 이리 안될 수가 있을까요? 식당을 하면 식당이 망해, 주유소를 하면 주유소가 망해, 그렇다고 결혼을 하면

마누라가 도망을 가질 않나, 휴우~!”
그 남자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임성자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심할머니가 보여준 그 남자의 사연은 과연 그럴 만햇기

때문이다.
물속의 그 남자 사진 위로 무덤 하나가 떠올라 보였다. 무덤은 황페하기 이를 데 없어서 마치 무연고 묘지처럼 보였다.
“조상을 잘 모셔야지, 쯧!”
영심 할머니가 보여준 장면은 명백한 것이었다. 이 남자는 부모님의 묘를 잘못 쓴 결과로 자신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임 원장의 말을 듣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게요? 내가 아무리 먹고 살기가 팍팍해도 돌아가신 부모님 묘는 확실히 돌보구 있수다.

아무리 망나니 자식이라도 내 부모님만큼은 확실히 모시고 잇단 말이오!”

사내의 목소리가 하도 확신에 차 있어서 임 원장은 다시 한 번 물속을 바라보았다. 웬걸, 물속에서 보이는 장면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잡초가 무성한 그 봉분 안에는 시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그리 흔치 않지만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큰 비가 내리거나 수맥이 변하거나 하면서 무덤이 앉은 자리의 지형이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시신을 모신 관이 바뀐 지형을 따라 무덤 아래서 흘러내려가 버리고 무덤은 빈 봉분만 덩그라니 남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인은 자신의 유택(幽宅)에서마저 내쫓기게 되는 셈이다.
차근차근 설명을 하자 그럴 리가 없다고 씩씩거리던 그 사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은 한 달쯤 지난 후였다.

임 원장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그는 아버님의 무덤을 열어보았다는 것이다. 임 원장의 말대로 무덤 아래는 텅 비어 있었고,

20여 미터쯤 아래 지점에서 아버님의 유골과 관을 수습했다는 것이었다. 아버님의 새 유택을 마련하자마자 경매로 넘어갔던

주유소가 유찰되면서 자신이 헐값으로 넘겨받게 되어 다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임 원장에게 끝없는

감사의 말을 건네며 그 사내는 전화를 끊었다

내동 부동산사무실 달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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